본문 바로가기
뭉이네 아빠 육아 일기

165일동안 육아를 하면서

by 뭉이네 2020. 9. 2.

나에게는 뿌앙이가(태명)첫 아이지만 8살 차이나는 남동생을 겉핥기식으로 돌봤었고 6년전에는 조카를, 보고 지내서인지 아기에 대한 두려움, 걱정은 없는 편이었다. 보통은 걱정을 많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육아책을 섭렵해가며 지식을 쌓아놓지도 않았었다.
나는 어렸을 적 엄청 유별난 아이였고 시집살이를 유독 심하게(그 누구보다도)겪는 엄마한테는 둘째 자식임에도 불구하고(첫째와 연년생이라 육아경력이 쌓이기도 전) 꽤 난코스였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엄마 등 뒤에서 시작하고 울기 시작하면 악을 쓰고 울어서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예쁨을 많이 받지 못하는 미운오리였다.
사춘기 시절에는 항상 오빠만 예뻐하고(엄마는 그렇게 차별을 두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심했음) 왜 나한테는 살갑게 대해주지 않나..?항상 싸우면 왜 오빠의 손을 들어주고 내가 사과해야하는가..?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내가 엄마한테 앵기면 엄마는 덥고 무겁다고 떨어지라고 했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바지에 오줌을 종종 쌌는데 그게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이어졌다.
수업시간 도중 화장실이 가고싶어도 자신감이 없고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고 참다가 바지에 실례를 하는것이다. 엄마는 병인가 싶어서 한의원을 데려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서적인 안정이 부족해서였던거 같다.
여튼 이러저러한 나를 33살까지(이때 결혼함)키웠고 키우는 동안 꽤 자주 "너 같은 딸 더도말고 딱 한 명만 낳아서 키워보라"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마치 자신이 널 진짜 힘들게 키웠다고 너도 한번 겪어보라는 듯이..

내가 순딩이 남편을 만나서인지 다행히도 우리아이는 순하디 순했다.
아기들이 우는 이유는 배고픔, 졸림, 똥오줌, 덥고추움, 이유없이 등등 수만가지가 있다던데 뿌앙이는 배고프고 졸릴때만 조금 칭얼거렸고 심지어 똥을 싸도 방긋방긋 웃기만 했다.

나 똥쌌어


몸조리해주러 올라오신 엄마도 뿌앙이를 돌보더니 나 한명 키울바엔 뿌앙이 열명을 키우겠다고 하셨다.
신생아가 지난 후에는 눈만 마주쳐도 방긋방긋 웃어주고 모유를 먹어서 젖병을 씻고 관리하는 노동이 줄어서 한결 수월했다.
(그냥 내 가슴만 관리하면 되는..)
뱃고레가 엄청 커서 모유를 배불리 먹고 저녁에 한번 자기 시작하면 8~9시간은 자고 중간에 밤수 한번만 했는데 이마져도 5개월 무렵부터는 거의하지 않고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울지 않고 자고있는 날 빤히 보거나 웃으면서 혼자 놀고 있고 울음끝도 짧아서 어디 부딪히거나 해도 짧게 울고 다시 웃는다.

눈 뜨자마자 웃기


주변의 육아얘기를 들어봐도 나는 게임 난이도로 치면 easy인게 분명한데..
이유식을 시작한 이후로 벅차기 시작한다.

모유를 먹다보니 설거지 거리가 없고 유축한 모유는 버리기 때문에 유축키트도 소독하지 않았다.
최근에 이유식 시작하면서 모유가 스프나 빵을 만들때 필요하길래 다시 모으는 중이다.
이유식을 시작하니 조리도구, 그릇도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이유식을 만들고나면 설거지가 나온다.
이유식을 먹일때는 먹는거 10%, 범보의자, 턱받이에 묻는거 70%, 얼굴과 손에 묻는거 20%이라서 뿌앙이 씻기고 로션바르고 기저귀 채우고 옷입힌 후, 범보의자, 상판, 턱받이, 이유식 그릇, 바닥 닦고 허리를 피면 윽 소리가 절로 나온다.
보통 초기이유식을 시작할때 오전에 하라고 하지만 나는 평소에 오후 6시에 씻기기 때문에 이유식을 5시쯤 먹인다.


저리 치우거라


이유식 먹이고 정리하고 나서 나도 저녁을 먹는데 먹을때 뿌앙이가 얌전히 기다려주지않고 찡찡대서 밥을 밀어넣듯이 급하게 먹고 급하게 대충 치우고 뿌앙이를 살짝 달래주고 바로 양치하고 잘 준비를 한다.

아기들은 7~9시 사이에는 재워야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게임 퀘스트처럼 급박하게 이뤄진다.
나는 말은 빠른데 행동이 느리고 밥도 느리게 먹는편인데 항상 급하게 하다보니 속도 불편하고 뒷처리도 2%부족하다.
아기는 우리를 기다려주지않고 우리가 아기 루틴에 맞춰야하니 나는 저녁을 먹자마자 소화가 되기도 전에 침대에 눕게된다.
잠을 안자려고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소화되기도 전에 잠들어 주어서 고마워 해야는 건지도 모르겠다.
밤에 재우고 느긋히 뭘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아기들은 진화론적으로 잠들었을때 혼자 있다는걸 예민하게 캐치해내고 울음을 터트리기 때문에 나의 혼자만의 시간보다는 뿌앙이의 잠을 지키는게 내 몸이 편하다.
블로그 포스팅도 쌓여있고 옷정리도 해야하고 영어공부도 해야하고 책도 읽고싶고 유투브도 하고싶어서 뿌앙이 영상 아이디어스케치와 편집 등을 해야하지만 이 모든것들은 육아하면서 하기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육아 유투버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건지 싶다.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뿌앙이는 아침에 방긋 웃으며 일어나고 잠깐 놀다가 내 품 또는 침대에서 낮잠을 2~3시간 자고 다시 놀다가 아기띠에서 2~3시간 자고 이유식하고 씻고 잠드니 평화롭고 간단해보이지만 육아현실 속 주인공이 되어보면 육체적으로 힘들고 지친다.
막장드라마가 아니고 착한드라마여도 힘든건 힘듦.
독박육아도 아니고 뿌앙이도 순하지만 이렇게 벅찬데 이 보다 더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한다.
이러니 산후우울증이 안오고 베길수가 없겠다.
내 시간을 내고 싶은데 내려면 내 잠을 줄여야하고 하지만 뿌앙이 케어하다보면 지쳐서 잠을 자도 피곤하니 잠을 줄이는건 언감생심이다.
오빠는 근무중에는 육아에 참여를 못하지만(회사에서 사고염려)쉬는날에는 뿌앙이를 대부분 돌본다.
심지어 4일근무,4일휴일이긴때문에 뿌앙이를 많이 돌봐주는데도 힘든건 왜일까
엄마가 고통스러위하는 육아는 아기에게 좋을게 못되니 엄마가 편하게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다.
이러다가 정말 이유식 사다먹이겠네..ㅜ
나는 요리하는거 좋아하고 베이킹하는것도 좋아해서 이유식은 내가 만들어 먹이고 싶었지만 이런 저질체력으로는 희망사항일듯 싶다.

대전에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밖에를 나가지 못해서 더 이런 생각이 드는것 같다.
뿌앙이랑 집에서 놀아주는것도 한계가 있고 이 시기에 바깥구경하고 자연을 체험하는게 발달에 좋은 자극이 되는데 나가지를 못하니 더 답답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