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앙이는 황달이 다른 애들보다 오래갔다.
정말 간이 안 좋아서 오는 황달일 수도 있고 모유로 인한 일시적인 황달일 수도 있는데 모유를 잠깐 끊고 분유를 먹여서 모유 황달인지 확인해보라고 병원해서 권유했었다.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모유황달인지 아닌지 확인을 위해서 분유를 사는 게 아깝기도 했고 먹이기 시작하면 한통은 다 먹여야 하는데 하면서 그냥 내버려두고 계속 모유를 먹였다.
결과적으론 모유 황달이었고 황달은 갑자기 확 빠지진 않고 약 4개월 정도까지 서서히 티 나지 않게 빠졌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3월쯤에 예약한 50일 촬영을 취소하고 집에서 간단히 찍었다.
제대로 셀프 촬영을 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소품 준비는 하지 않았고 옷도 죄다 물려받은 옷이라 누드로 촬영했다.
나중에 보니 어차피 무료로 찍어주는 50일 촬영은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내가 찍은 것이나 스튜디오에서 찍은것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첫 아이라서 모든 게 신기할 때였다.
첫 유모차를 베란다에서 태워봤고 첫 코딱지가 툭 하고 나왔는데 왕건(?) 이이라며 좋다고 사진을 찍었다.
백일 무렵이었는데 이때는 눈꼽도 많이 껴서 자주 닦아주고 특히 코가 자주 막혀서 집게로 종종 빼줬는데 지금은 코딱지가 잘 생기지 않는다.
뿌앙이가 태어난 지 7개월이 되었다.
뒤집기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투박하지만 철퍼덕 되집기도 하고 엎드려서 자기도 한다.
첫 뒤집기를 했을 때 너무 순식간이라 포착하지 못하고 두어 번 시도 끝에 촬영할 수 있었다.
뿌앙이는 4개월쯤 뒤집기를 했다.
쪽쪽이는 수박씨 뱉어내듯이 입으로 툭 내뱉고 보행기나 쏘서 타다가 힘들면 칭얼거리면서 안아달라고 두 팔을 벌린다.
이는 나지 않았고 침대 위에서도 곧잘 긴다.
뿌앙이는 서는 시기는 빠른편이다.
붙잡고 30분 이상 서있고 따론 한손으로 때론 옆으로 붙잡고 이동한다.
뿌앙이는 쏘서보다 보행기를 더 좋아하는데 보행기만 타고 있으면 우리 집의 무법자이다.
어디든 못 가는 곳이 없고 손 안 닿는 게 없다.
온갖 서랍도 다 뒤지고 빨래 바구니 속에 수건도 다 꺼낸다.
맘 카페와 각종 블로그에서 저 튤립 장난감을 국민장난감이라 칭하기도 했고 가격도 저렴하길래 내가 처음으로 사준 장난감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비 추천한다.
저 불빛이 아기에게는 자극적으로 느껴질 것 같고 다른 클래식한 장난감들이 아기의 발달에는 더 좋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자극적인걸 처음 받아들이면 좋아라 하지만 나중에 금방 싫증 나고 더 한 자극을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뿌앙이는 6개월쯤에 7.8kg였고 남들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편이었다.
그래서 영유가 검진 때 고기의 양을 늘려서 이유식을 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나는 5시에 이유식 먹이고 6시에 씻기고 7시에 내가 저녁을 먹는데 치우고 설거지하고 나면 8시부터 뿌앙이를 재우기 시작한다.
오후 5시~8시가 하루 중 최대 피크인 셈
내 기준으로는 저녁 먹고 재워야 하니 항상 내 속은 더부룩하다.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되는데.. 나는 백번도 더 되었을 듯.
뿌앙이 재울 때 옆에 같이 누워서 모두가 잔다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 침대에서 하염없이 돌고 뒤집고 짜증내기 때문에 내가 같이 눕는 건 필수 조건이다.
5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7개월인 지금은 잘 앉아있지만 5개월 때만 해도 몇 분 앉아있질 못해서 금방 칭얼거리고 발버둥 쳤었다.
7개월이 되었지만 여전히 모유를 줄 때는 속이 메스껍고 배고프다가도 허기가 싹 사라지고 울렁거린다.
슬픈 젖꼭지 증후군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심심찮게 발견되는 증상인데 병명마저도 슬프다.
그리고 출산 이후 차를 오래 타면 차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차멀미는 초등학생 때 이후로 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 차만 타면 속이 너무 메스껍다.
가끔 뿌앙이 태어나기 전에 갔던 사진이나 그때쯤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리움? 아쉬움? 그런 느낌이 드는데 그게 단순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라서 그런 건지 이런 느낌이 뿌앙이 가 태어나서 더 크게 느껴지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뿌앙이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감, 충만한 기쁜 감정? 이 들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것 같다.
저 뒤통수만 봐도 귀엽고 쌔근쌔근 자는 모습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오빠는 다른 아빠보다(상대적이긴 하겠지만) 휴일에 육아참여뿐만 아니라 집안일까지 잘 참여한다.
뿌앙이는 다른 아이보다(이것 또한 상대적) 엄청 순하고 돌보기에 쉬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가끔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지금처럼 재우고 감성 충만 해지는 야심한 밤)
뿌앙이와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내가 도태되는 느낌이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펌이나 염색도 안 한 지 오래됐고 화장이랑 옷을 차려입은지도 오래되었다.
머리는 코로나 때문에 커트도 오빠가 집에서 해줬는데 오로지 실용적인 거에 중점을 둬서 쥐 뜯어 놓은 거 같은 모양새이다.
결혼 전에는 내가 돈을 벌고 내가 쓰니 내가 원하는 걸 구매하고 만족감 또는 후회도 해가며 살았는데 어느 순간 돈 쓰는 게 망설여진다.
오로지 망설임 없이 살 수 있는 건 식료품 정도 되겠다.
오빠도 결혼 전에는 살 때는 확실하게, 퀄리티 있는 제품들을 샀지만 언제부턴가 싼 걸 사게 되는 것 같아 슬프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로또를 사기 시작했다.
나는 로또를 믿지 않지만 오빠가 사는 걸 말리지 않는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친구를 만나지도 않고 본인에게 돈 쓰는 거라고는 폰 게임 가끔 과금과 로또뿐인걸 알기 때문이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아기를 낳고 보니 저절로 이렇게 되었다.
갖추고 살자니 돈이 들고 또 필수는 아니라서 그냥저냥 짝 없이 예전 물건들을 쓰는 중인데 활용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가도 씁쓸해진다.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했고 부엌살림에 욕심이 많았지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냥 있는 그릇을 사용 중이다.
돈이 수중에 얼마를 갖고 있어야 이런 생각 없이 살 수 있을까 싶다.
근천스럽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누가 강요하고 시키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결혼 전이 가끔 그리운데 혼자를 그리워하는 건지, 젊음을 그리워하는건지 모르겠다.
이래서 언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으려나 싶다.
오빠는 예전부터 허리가 아프다 했었고(나 제왕절개 후 입원실에서 지내고부터) 나는 출산 7개월쯤 지난 요즘에서야 허리가 아프고 어깨는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욱신거린다.
아프면 쉬어야지만 육아를 하면서 매번 자세가 무너지기 때문에 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깊은 잠을 자본 게 언제인지..
새벽에 화장실 가고 싶어서 깨다가도 참고 다시 잔다.
문 여는 소리에 뿌앙이 가 까면 그게 더 힘들다. 내가 참는 게 낫지
일주일 전에 접촉성 피부염에 걸렸다.
검색해보니 출산 소양증도 있던데 나는 그건 아닌 것 같다.
원인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줄어서 생긴 걸로 추측된다.
나중에 치료과정을 포스팅하겠지만 상황이 많이 안 좋았었다.
음... 뭔가.. 세련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ㅋ
그래도 우리 아기라서 그런지 느무느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빠랑 나랑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귀엽다는 말 남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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