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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이네 아빠 육아 일기

2022.3.29 아빠의 일기(+794일)

by 뭉이네 2023. 5. 22.

 

지난주 토요일에 뭉이가 열이 나고 몸살 기운에 목도 아팠다.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이었다. 

하지만 우린 방역수칙도 잘 지켰고 일부러 뿌앙이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 않는지라 혹시나 독감일 수도 있겠거니 했다. 토요일 병원에서 진행한 신속 항원 검사에서도 3명 다 음성이 나오기도 했고.

 

동네 목욕탕 간 아주머니

 

의사 선생님은 바이러스 양이 적어서 양성이어도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고 이틀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뭉이가 약을 먹으니 몸살 기운도 가라앉고 열도 내려서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너무 아파서 밥도 못 먹겠다고 하고, 목이 너무 아프 죽을 것 같다는게 아닌가?ㅜ 그래서 부랴부랴 챙겨서 신속 항원 검사가 가능한 이비인후과를 갔다. 설마설마해서 이번에는 뭉이만 신속 항원 검사를 진행했는데, 헐 양성이 왔다. 급하게 나도 접수하고 검사를 진행했는데 나는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뿌앙이 같은 경우에는 아직 어리고 증상이 없으면 굳이 검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굳이 검사를 하지 않고 병원을 나왔다.

 

 
 
고춧가루 흩뿌리고 혼나니 억울해하는 뿌앙이

 

병원을 나와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차라리 다 같이 양성이 나오면 집에서 같이 격리하면 간단한데 뭉이만 양성 나오고 나는 음성이 나와서 26개월 된 뿌앙이는 어떻게 하고, 격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 아파졌다. 뭉이한테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고 위로해 줬지만 나도 너무 당황스러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대안은 2가지뿐이었다.

1. 내가 휴가를 쓰고 뿌앙이를 돌보고 뭉이를 격리시킨다.

2. 음성인 나만 따로 모텔에서 투숙하면서 뭉이 격리 기간이 지나길 기다린다.

참고로 난 1번을 하고 싶었는데 뭉이가 도저히 오빠 혼자 뿌앙이 못 본다며 극구 반대했다. 워낙 엄마랑만 생활하고 같이 자서, 떨어뜨리고 케어하기가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

1. 잠복기 동안 벌써 너무 오래 엄마랑 접촉해서 코로나 의심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2. 뿌앙이가 평소에 놀 때는 아빠만 찾지만 진짜 중요하고 필요할 때는 꼭 엄마를 찾아서 어린 뿌앙이를 분리할 자신이 없어서

3. 요즘 내 허리가 안 좋은 편이라 케어하다가 허리병 도질까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나만 모텔 가서 뭉이 격리 기간 동안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

 

말은 안 했지만 좀 현타가 왔다. 요즘 재테크 공부도 하고 경제적자유를 꿈꾸는데 내가 능력이 없어서 회사에 얽매여 있고,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가족들만 오롯이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실 현타가 왔다. 이를 계기 삼아 더 분발해야지 하고 속으로 다짐했다.

 

마지막에 짐을 챙겨서 나오는데 뿌앙이랑 뭉이가 사이드미러로 배웅해주는데 눈물이 좀 날뻔했다. ㅜㅜ 뿌앙이 한창 사랑받고 놀아야 할 시기인데 뭔가 너무 미안하고 괜히 잘못한 기분이다.

 

 
수건 개는 뿌앙이

 

모텔 가려고 짐까지 싸서 나왔건만 뭉이가 그전까지는 괜찮다가 극심한 인후통으로 인해 밤새 울면서 아파서 밤을 샜다. 출산 진통만큼 아프다고..목과 귀를 칼로 난도질한 것 같다고ㅜ 그래서 도저히 뿌앙이를 돌볼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집에서 뭉이를 격리시키고 하루 종일 이불과 옷들을 싹 다 빨고 건조기 돌리고, 회사 형한테 빌려온 소독약을 집안 곳곳에 다 뿌렸다. 방역 철저히 하면서 자가격리 시키고 있지만 나랑 뿌앙이가 안 걸리고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우리집은 화장실이 1개라서 그 부분이 제일 걱정스럽다. 오늘 하루 종일 26개월 된 뿌앙이를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고 집안 청소 및 빨래를 하는데 엄마들의 위대함을 느낀 하루였다.

 

 
 
뭉이가 격리중인 방 베란다에서 면회하는 뿌앙이

 

다행히 뿌앙이가 엄마가 아야 하다는 말을 듣고 평소보다 잘 따라줘서 수월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뿌앙이 본다고 허리도 아프고, 힘들다. 현 상황에서 바라는건 무사히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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