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를 관평동 한우마실에서 소고기를 먹고 2차로 근처에서 디저트나 차를 마실 곳을 검색했는데 전통찻집이 있길래 갔다. 우리가 여기서 살 때는 이런 곳이 분명 없었는데 사장님께 물어보니 생긴 지 얼마 안 됐다고 하셨다. 2~3개월 정도?
무 생각차, 천마차 등 특이한 차 종류가 많아서 다음에 오면 여러 종류 시켜보고 싶은데 우리는 일단 2차 식사를 하기 위해 온 거라 수선화 식사를 시켰다.
수선화 식사라고 식사+전통차가 메뉴로 있는데 검색에서 나오는 음식 사진들이 너무 정갈해 보여서 사장님께 1인분 식사되냐고 물어보고 주문했다.
소고기가 먹을 땐 맛있는데 먹고 나면 입이 텁텁하고 속이 느끼해서 깔끔하게 자극적이지 않은 밥으로 2차를ㅋㅋㅋ
혹시 몰라서 고깃집에서 후식을 안 먹은 게 다행이야.
나름 체질식을 하는 우리는 호박밥+차(12,000원)를 1인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예약주문을 하고 가면 좋다.
우리는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돼서 그냥 온 거였다.
김치와 고춧가루를 제외하곤 다 국산이고 사장님이 반찬도 직접 자극적이지 않게 만든다고 하셔서 기대가 잔뜩 됐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내부를 구경했는데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가 심상치 않게 예쁘다.
아기자기한 도자기 그릇들도 많고 방석, 식탁보 등이 광목? 깔끔하고 아기자기하다.
사장님의 감각이 심상치 않아서 여쭤보니 취미로 하나둘씩 모아뒀던걸 가게 차리면서 집에서 가지고 나온 거라고...
그 전에는 7080 가게를 하셨단다.
식탁들도 일반적인 가게에서 쓰일법한 식탁이 아니라 가정집에서 사용될 것 같은 대리석 식탁들이어서 하나하나가 다 고급졌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인데 식탁 아래에 조명이 있어서 빛이 나온다.
엄청 예쁘네
사장님께 이 식탁 너무 예쁘다고 하니 200만 원 넘는 거라고...ㅎㄷㄷ
우리가 예약을 안 하고 무턱대고 찾아온 거라 식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내부를 구경하다 보니 지루하지 않았다.
드디어 식사가 도착했는데 이게 대체 몇 첩 반상인지....?
상차림을 받아보니 이건 뭐 1인분만 시키기가 미안할 정도의 퀄리티다.
물론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했고 마침 손님이 없었지만...
반찬 가짓수만 11가지에 국, 쌈, 장 등 까지 밥을 보함해서 총가짓수를 따지면 17가지가 된다.
(단호박 찰밥, 김치 콩나물국, 양배추 샐러드, 깍두기, 무나물, 멸치볶음, 시금치 무침, 마 샐러드, 조미 안된 김, 양념간장, 감자볶음, 고추장, 콩자반, 김치전, 쌈배추+고추장, 배추 볶음, 볶음김치)
그릇들도 다 예쁘고 작은 그릇에 소분해서 나오니 반찬 낭비도 없어서 좋다.
반찬들이 짜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소고기 먹고 느끼했던 입을 리셋시켜주는 느낌이다.
단호박 찰밥은 사장님이 직접 뚜껑 열러서 잘라서 슥슥 비벼주셨다.
배부르게 고기를 먹고 왔지만 소화가 잘되는 음식들로 차려져 있어서 더부룩하지 않았다.
식사 후 나오는 차는 식혜, 커피, 수정과 중 선택할 수 있고 우리는 수정과를 선택했는데 수정과와 함께 묽은 호박죽이 함께 나왔다.
원래는 호박죽이 한 그릇 나와야 하지만 우리가 2명이니 두 그릇 주셨다.
꼭 이 구성으로 나오는 건 아니고 다른 포스팅 보니 군 고구마나 다른 정통 디저트가 그때그때 바뀌는 것 같다.
배가 불렀지만 묽은 호박죽이 너무 달지 않고 디저트용으로 나와서 걸쭉한 것보다 식감이 더 나았다.
수정과는 우리가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선택의 여지가 없었음) 평하기는 애매하고 일반적인 수정과 보단 좀 덜 단 느낌이었고 계피 향이 진하게 났다.
큰 와인잔에 담겨 나와서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 차가운 수정과였다.
정갈한 식사와 차까지 같이 나와서 여성분들이 모임 하기 좋을 것 같다.
밤에는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서 아쉬운데 낮에 장사가 잘돼서 번창하셨으면 좋겠다.
관평동은 임대료가 비싸서 물가도 비싼데 이 동네에서 이런 가성비와 퀄리티는 정말 찾기 힘들다.
위 생 ★★★★★ 9점
가 격 ★★★★★ 9.5점
맛 ★★★★★ 9점
친절도 ★★★★★9점
접근성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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